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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Quebec Winter Carnival)’

by 다시커리어맘 2026. 1. 9.

    [ 목차 ]

겨울은 많은 도시에서 견뎌야 할 계절이다. 해가 짧아지고, 바람은 매서워지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실내로 숨어든다. 하지만 캐나다 퀘벡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곳의 겨울은 숨을 곳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나서서 즐기는 계절이 된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퀘벡은 매년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 겨울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가 아니라,
“이 겨울을 어떻게 축제로 만들 것인가?”

그 대답이 바로 퀘벡 윈터 카니발이다.

영하의 계절을 축제로 바꾼 도시,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Quebec Winter Carnival)’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Quebec Winter Carnival)’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Quebec Winter Carnival)’

 

 

혹독한 겨울이 일상이 된 도시의 선택

 

퀘벡의 겨울은 낭만적인 눈 풍경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눈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생활을 마비시키는 존재다. 긴 겨울 동안 사람들은 고립감을 느끼기 쉽고, 도시는 정적으로 변한다. 퀘벡 윈터 카니발은 바로 이 문제에서 출발했다.

이 축제의 기원은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긴 겨울을 견디기 위한 공동체적 해법으로 시작된 작은 겨울 놀이가, 점차 도시 전체가 참여하는 대형 축제로 발전했다. 퀘벡 사람들은 추위를 피하는 대신, 추위 자체를 주인공으로 올려놓는 선택을 했다.

이 선택은 단순한 이벤트 기획이 아니었다. 겨울을 부정적인 계절로 남겨두는 대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서로를 만나게 하고, 웃고 움직이게 만드는 사회적 장치였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평소라면 한산했을 거리와 광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 겨울이 도시를 멈추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도시를 하나로 묶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얼음으로 지은 도시, 추위를 즐기는 방식

 

퀘벡 윈터 카니발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단연 얼음 궁전(Palais de Glace)이다. 거대한 얼음 블록으로 만들어진 이 궁전은 매년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낮에는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고, 밤에는 조명 속에서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궁전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겨울 그 자체를 예술로 바꾼 결과물이다.

축제 기간 동안 도시는 다양한 겨울 놀이로 채워진다. 눈 조각 전시, 얼음 카누 경주, 스노우 슬라이드, 거리 퍼레이드까지. 특히 얼음 위를 가로지르는 카누 경주는 퀘벡의 겨울이 얼마나 거칠고 역동적인지를 보여준다. 얼어붙은 강과 흐르는 물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이 경기는, 자연과 공존해온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활동이 “춥지만 참고 한다”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퀘벡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껴입고, 얼굴이 얼어붙을 정도의 날씨 속에서도 웃고 떠든다. 이 축제의 마스코트인 눈사람 ‘보노므(Bonhomme)’는 그런 태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존재다. 항상 웃고 있는 이 캐릭터는, 겨울을 두려움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로 받아들이는 퀘벡 사람들의 시선을 대변한다.

 

겨울을 견디는 법이 아니라, 겨울을 살아가는 법

 

퀘벡 윈터 카니발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규모가 크거나 볼거리가 많아서가 아니다. 이 축제는 겨울을 대하는 하나의 태도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겨울은 ‘지나가야 할 시간’이지만, 퀘벡에서는 ‘충분히 살아야 할 시간’이 된다.

축제 기간 동안 사람들은 추위 속에서 서로를 더 의식하게 된다. 따뜻한 음료를 나누고, 모닥불 주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몸은 차갑지만, 관계는 오히려 더 가까워진다. 긴 겨울이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대신, 공동체를 단단하게 묶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퀘벡 윈터 카니발은 단순한 겨울 축제가 아니라, 환경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을 바꾸려 하기보다, 자연에 맞춰 살아가는 방식. 추위를 없애려 하지 않고, 추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낸 선택이다.

그래서 이 축제는 매년 반복된다. 눈이 많이 오고, 바람이 매서워도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나온다. 겨울은 피할 수 없는 계절이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도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퀘벡 윈터 카니발은 묻는다.
“당신이 피하고 있는 계절은 정말 견뎌야만 하는 시간일까?”

지구 반대편의 이 도시는 혹독한 겨울을 외면하지 않았다. 대신 그 한가운데에 축제를 세웠다. 그 결과 겨울은 더 이상 도시를 멈추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도시를 가장 생동감 있게 만드는 계절이 되었다.

퀘벡의 겨울은 춥다. 하지만 그 추위 속에서 사람들은 웃고, 움직이고, 서로를 만난다. 이 축제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퀘벡 윈터 카니발은 겨울을 이겨낸 이야기가 아니라, 겨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