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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불꽃으로 악령을 쫓는 밤, 공포와 믿음이 만든 축제 , 일본 기온 마쓰리와 네부타 마쓰리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한다.
일본의 여름 축제는 밝고 정제된 이미지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기원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어두운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기온 마쓰리와 네부타 마쓰리는 모두 질병, 재앙, 악령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한 축제다. 이 축제들은 공포를 억누르지 않고, 오히려 의식으로 끌어올려 공동체가 함께 다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재앙을 보이는 형태로 만든 이유
기온 마쓰리는 교토에서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이어온 축제지만, 그 출발점은 결코 밝지 않았다. 이 축제는 화려한 여름 행사가 아니라, 전염병이라는 재앙 앞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하나의 대응 방식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고, 이해할 수 없는 죽음과 고통을 보이지 않는 존재의 분노로 받아들였다. 기온 마쓰리는 그 분노를 달래기 위해 시작된 집단적 의식이었다. 보이지 않는 공포를 그대로 방치하는 대신, 사람들은 그것을 의식의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
네부타 마쓰리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밤하늘을 밝히는 거대한 인형과 강렬한 등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눈앞에 드러낸 결과물이다. 악령과 재앙은 보이지 않을 때 가장 두렵다. 그래서 일본의 축제는 오히려 그것을 크게 만들고, 화려하게 밝히며, 모두가 함께 바라보게 한다. 공포를 숨기지 않고 형상화하는 것. 이 방식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을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한다. 동아시아 의식 문화에서 축제는 즐거움 이전에, 두려움을 다루는 기술이었다.
불빛과 소리가 가진 의식적 의미
기온 마쓰리의 수레와 네부타 마쓰리의 등불은 아름다움을 넘어선 상징을 지닌다. 불빛은 어둠을 밀어내는 물리적 기능을 넘어서, 혼란과 재앙을 몰아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밤을 밝히는 행위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공동체가 불안에 맞서고 있다는 선언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지는 북소리와 함성, 종소리는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동시에 정화의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다. 소리는 악령을 혼란스럽게 하고, 나쁜 기운을 흩어지게 만든다고 믿어졌다.
이 축제들에서 중요한 점은 ‘보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다. 거리에 나와 소리를 내고, 불빛 아래에 서 있는 행위 자체가 의식의 일부가 된다. 관람객과 참여자의 경계는 흐려지고, 사람들은 동일한 리듬과 공간을 공유한다. 공포는 혼자 있을 때 가장 커진다. 그러나 함께 소리를 내고 같은 불빛을 바라볼 때, 그 공포는 나눌 수 있는 감정으로 바뀐다. 축제의 소란스러움은 혼란이 아니라, 오히려 집단적인 안정으로 이어진다.
동아시아 축제가 공포를 다루는 방식
서구의 많은 축제가 해방과 일탈을 중심에 둔다면, 기온 마쓰리와 네부타 마쓰리는 불안과 두려움을 질서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축제는 일상을 벗어나는 시간이 아니라, 흐트러진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 축제들에는 악령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선언이 없다. 대신 사람들은 정해진 날, 정해진 방식으로 그것을 마주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퇴치’가 아니라 ‘관리’다.
이 반복되는 의식은 공동체에 안정감을 준다. 재앙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믿음이 남는다. 그래서 기온 마쓰리와 네부타 마쓰리는 관광 자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 사회의 의식으로 기능한다. 불꽃과 등불이 꺼진 뒤에도 사람들 마음속에는 하나의 기억이 남는다. 두려운 밤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건넜다는 경험. 이 기억이 공동체를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내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