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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라 토마티나(La Tomatina)’가 축제가 된 날

by 다시커리어맘 2026. 1. 8.

    [ 목차 ]

사람들이 토마토를 던지며 싸우는 이유, 이번에는 스페인 ‘라 토마티나(La Tomatina)’가 축제가 된 날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스페인 ‘라 토마티나(La Tomatina)’가 축제가 된 날
스페인 ‘라 토마티나(La Tomatina)’가 축제가 된 날

 

 

매년 여름, 스페인의 작은 도시 부뇰(Buñol)은 하루 동안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다. 평소 조용한 거리와 광장은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뒤덮인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토마토를 던지고, 웃고, 미끄러지고, 다시 일어난다. 옷은 물론 얼굴과 머리카락까지 토마토즙으로 범벅이 된다.
이 다소 엉뚱하고 혼란스러운 축제의 이름은 라 토마티나(La Tomatina).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왜 이런 일을 하지?”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르는 축제다.

 

아무 의미 없던 싸움이 축제가 되기까지

 

라 토마티나의 시작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다. 1940년대 중반, 부뇰에서 열린 지역 퍼레이드 도중 우연히 벌어진 작은 소동이 그 출발점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장난처럼 시작된 몸싸움이 근처 채소 가판대의 토마토를 집어 던지면서 커졌고, 사람들은 이유도 목적도 없이 서로에게 토마토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다음 해에도 반복되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당국은 질서 없는 행동이라며 여러 차례 금지하려 했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더 강하게 이 전통을 지키려 했다. 결국 라 토마티나는 금지와 허용을 반복하다가, 공식적인 지역 축제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축제의 흥미로운 점은 처음부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종교적 의식도, 역사적 기념도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은 이 무의미한 행위 속에서 해방감을 느꼈고, 그 감정이 축제를 지속시키는 힘이 되었다.
라 토마티나는 “왜 하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축제”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강력한 매력을 갖게 되었다.

 

토마토를 던지는 하루, 모든 질서가 잠시 멈춘다

 

라 토마티나가 열리는 날, 부뇰의 규칙은 완전히 달라진다. 정해진 시간에 트럭이 도시에 들어오고, 수십 톤의 잘 익은 토마토가 거리로 쏟아진다. 사람들은 토마토를 손에 쥐고, 던지기 전에 반드시 으깨야 한다. 이는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다.

그 외에는 거의 모든 것이 허용된다.
서로에게 토마토를 던지고, 미끄러지며 넘어지고, 처음 만난 사람과 웃으며 어깨를 두드린다. 직업, 국적, 나이,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 온몸이 같은 색으로 물들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 하루 동안 사람들은 질서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한다. 평소에는 단정하게 유지해야 할 옷은 더러워지고, 조심해야 할 몸은 토마토 속에 던져진다. 하지만 이 혼란은 불쾌함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모두가 같은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라 토마티나는 단순한 난장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정교한 사회적 합의 위에서 작동한다. 이 날만큼은 무질서가 허용되고, 누구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 제한된 일탈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일상의 규칙에서 잠시 벗어난다.

 

사람들은 왜 해마다 이 엉망진창의 축제를 찾을까

 

라 토마티나는 이제 지역 축제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국제적인 이벤트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 축제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다.

첫째, 이 축제는 완벽함을 내려놓게 만든다.
깔끔함, 계획, 통제는 모두 무너진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사람들은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엉망이 되어도 괜찮다는 경험은 일상에서 쉽게 얻기 어렵다.

둘째, 라 토마티나는 말이 필요 없는 축제다.
언어가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토마토를 던지는 행위 하나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 웃음과 몸짓만으로도 연결되는 경험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셋째, 이 축제는 집단 놀이의 원형에 가깝다.
어린 시절 진흙탕에서 놀던 기억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런 무의미한 놀이를 통해 유대감을 느낀다. 라 토마티나는 어른이 되어 잊고 지낸 감각을 다시 불러오는 공간이다.

그래서 이 축제는 매년 반복된다. 끝나고 나면 도시 전체를 씻어내야 하고, 엄청난 양의 토마토가 소비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 하루를 기다린다. 의미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의미가 생기는, 아이러니한 축제다.

라 토마티나는 묻는다.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할까?”

지구 반대편의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즐기는 순간이 삶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효율도, 목적도, 성과도 없는 하루. 대신 웃음과 엉망진창의 기억만 남는다.

그래서 라 토마티나는 단순한 토마토 싸움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 대한 작은 반항이자 휴식이다.
이 엉뚱한 축제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들은 가끔, 아무 의미 없는 즐거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