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목차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카니발이 시작되면, 도시는 더 이상 평소의 도시가 아니다. 거리마다 음악이 흐르고, 삼바 리듬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이 축제는 단순히 며칠간의 행사나 관광 상품이 아니다. 리우 사람들에게 카니발은 도시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식에 가깝다. 왜 이 도시는 해마다 거리 전체를 무대로 삼아 춤추고 노래할까. 그 질문의 답은 음악과 공동체라는 두 단어 안에 있다.
거리에서 삼바가 멈추지 않는 이유, 브라질 리우 카니발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삼바는 음악이 아니라 언어다
리우 카니발의 중심에는 언제나 삼바가 있다. 그러나 이 삼바는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다. 삼바는 브라질 사회에서 말로 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 전달해온 언어였다. 노예 제도와 식민지 역사를 거친 브라질에서, 많은 사람들은 정치적 발언권이나 사회적 목소리를 갖지 못했다. 그 대신 그들은 리듬과 몸짓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냈다.
삼바는 가난한 지역에서 태어났고, 오랫동안 주변부의 문화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카니발이라는 공간 안에서 삼바는 중심으로 이동했다.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리듬은 단순한 흥을 넘어서 “우리는 여기 있다”는 집단적 선언이 된다. 그래서 리우의 카니발에서는 음악이 멈추지 않는다. 멈추는 순간, 그들의 이야기도 멈추기 때문이다.
삼바 학교가 만든 공동체의 힘
리우 카니발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삼바 학교(Samba School)다. 이름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이곳은 춤을 가르치는 학원이 아니다. 삼바 학교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공동체 조직이다. 주민들은 1년 내내 카니발을 준비하며 의상, 음악, 퍼레이드 스토리를 함께 만든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보다 참여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각자의 역할을 맡는다.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북을 두드리며, 또 다른 누군가는 의상을 만든다. 카니발은 몇 시간의 퍼레이드로 끝나지만, 그 뒤에는 1년간의 협업과 관계가 쌓여 있다.
그래서 리우 카니발은 관광객을 위한 쇼이기 이전에, 도시 내부를 단단하게 묶는 장치다. 삼바 학교는 지역의 자존심이 되고, 카니발은 공동체가 스스로를 확인하는 의식이 된다.
도시가 축제가 될 때 생기는 정체성
리우에서는 “카니발이 열리는 도시”가 아니라, “카니발인 도시”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축제는 도시의 일정표에 추가된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의 성격 그 자체다. 거리, 광장, 계단, 해변까지 모든 공간이 무대가 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일상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는다. 직업, 계층, 나이의 구분이 흐려지고, 몸을 움직이는 존재로서 서로를 마주한다. 삼바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순간, 개인은 공동체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리우 카니발에서 삼바는 멈추지 않는다. 음악이 멈춘다는 것은 곧 도시가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를 잃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축제는 리우가 어떤 도시인지, 그리고 이 도시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