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이펑 랜턴 축제는 밤하늘을 가득 채운 수천 개의 등불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종이 랜턴에 불을 밝히고 하늘로 띄우는 이 의식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한 해의 소망과 감정을 함께 떠나보내는 집단적인 경험이다. 어둠 속에서 동시에 빛을 놓는 순간, 개인의 바람은 공동의 기억으로 남는다. 오늘은 바로 태국 이펑 랜턴 축제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밤하늘을 뒤집는 빛의 풍경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이펑(이펭) 랜턴 축제는 다른 어떤 축제와도 다른 정서를 품고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도시를 덮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하나둘씩 종이로 만든 하얀 랜턴을 손에 든다. 랜턴 안에 불씨가 켜지고, 따뜻한 공기가 차오르면 가벼워진 등불은 서서히 위로 떠오를 준비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수천 명의 손에서 동시에 랜턴이 놓인다. 그 찰나에 밤하늘은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한다.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수만 개의 빛이 천천히 상승하며, 별보다 밝고 밀도 높은 풍경을 만든다. 이 장면은 사진과 영상으로 자주 소비되지만, 실제 현장에서 마주하는 감각은 전혀 다르다. 빛은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공기와 온도,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함께 감싸며 공간 전체를 바꿔놓는다. 이펑 축제가 강렬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대비와 정적 때문이다.
개인의 소원이 집단의 기억이 될 때
이펑 랜턴 축제는 흔히 낭만적인 이벤트로 소개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훨씬 깊다. 사람들은 각자의 랜턴에 소원을 담는다. 어떤 이는 지난 한 해의 불운을 떠나보내고 싶어 하고, 어떤 이는 새로운 시작을 바란다. 이 소원은 철저히 개인적이다.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고, 기록으로 남길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펑 축제가 특별해지는 지점은 이 개인적인 행위가 집단적 의식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혼자서 소원을 빌 수도 있지만, 이 축제의 핵심은 모두가 같은 시간,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데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동시에 손을 놓는 그 순간, 개인의 감정은 공간 전체로 확장된다. “나만 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이 집단적 동작은 말없이도 연대감을 만들어낸다. 서로의 소원을 알지 못하지만, 모두가 무언가를 떠나보내고,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이펑 축제는 개인의 바람을 공동체의 기억으로 바꾸는 드문 경험을 제공한다.
빛으로 감정을 공유하는 의식
이펑 축제에서 빛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문화에서 빛은 오래전부터 정화와 보호,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어둠을 밝히는 행위는 곧 불안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이펑 랜턴의 빛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등불은 지나간 시간의 무게를 덜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비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축제가 말이나 음악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큰 소리로 외치지 않고, 공연을 중심으로 모이지도 않는다. 대신 모두가 같은 장면을 바라본다. 시각적 경험이 감정의 매개가 된다. 그래서 참여자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깊은 연결감을 느낀다.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같은 빛을 기억하는 경험은 강력하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그날의 장면을 오래 간직한다. 이펑 랜턴 축제는 즐거움보다 공감과 정화의 감각을 남긴다. 빛이 사라진 뒤에도, “우리는 같은 밤을 함께 보냈다”는 기억이 사람들 사이에 조용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