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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 년의 시간을 건너온 경주 첨성대 이야기

by 정보찾는사람 2026. 1. 21.

 

  경주 첨성대는 130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을 건너 오늘날까지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이 고요한 석조 건축물에는 신라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쌓아 올린 과학과 사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1300여 년의 시간을 건너온 경주 첨성대 이야기
1300여 년의 시간을 건너온 경주 첨성대 이야기

하늘을 관찰하던 국가의 중심 공간

  경주 첨성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대로 알려져 있으며 동양 전체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신라 시대에 천문학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국가 운영과 밀접하게 연결된 중요한 지식 체계였다. 하늘의 움직임을 읽어 계절을 파악하고 농사의 시기를 정하는 일은 백성의 삶과 직결되었으며 천체의 변화는 나라의 길흉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여겨졌다. 이런 이유로 천문 관측은 개인의 관심사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사업이었고 첨성대는 그 중심에 놓인 시설이었다.

  첨성대가 세워진 시기는 신라 선덕여왕 때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신라가 정치적으로 안정되면서 학문과 기술이 함께 발전하던 시기였다. 왕이 하늘의 뜻을 살핀다는 상징은 곧 왕권의 정당성과도 연결되었고 첨성대는 그러한 의미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었다. 첨성대가 궁성과 왕릉이 가까운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것 또한 우연이 아니다. 하늘과 왕 그리고 조상이 하나의 질서 속에 배치된 공간 구성이었던 것이다.

  첨성대의 구조를 살펴보면 천문 관측을 위한 실용성이 잘 드러난다. 내부가 위로 뚫려 있어 하늘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정상부에는 사람이 앉아 별을 바라볼 수 있는 판석이 놓여 있다. 복잡한 기계 장치 없이도 하늘의 변화를 꾸준히 기록하고 해석하려 했던 신라인들의 태도는 이 단순하지만 완성도 높은 구조 속에 담겨 있다. 첨성대는 단순한 돌탑이 아니라 국가의 시간을 관리하던 중요한 공간이었다.

1300년을 버텨낸 놀라운 건축 기술

  첨성대가 오늘날까지 거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로서는 매우 앞선 건축 기술에 있다. 겉모습만 보면 돌을 둥글게 쌓아 올린 구조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치밀한 계산과 경험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첨성대에 사용된 화강암은 매우 단단해 오랜 세월이 지나도 쉽게 부서지지 않으며 강도 또한 현대 건축 재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재료 선택부터 이미 높은 수준의 판단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첨성대 내부에는 흙과 자갈이 적절히 섞여 채워져 있는데 이는 구조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배수 역할을 수행했다. 이 혼합층 덕분에 빗물이 고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면서 내부 습기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오늘날 시멘트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첨성대가 오랜 세월 동안 붕괴되지 않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첨성대의 하단부는 약간 볼록한 형태를 이루고 있어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자연스럽게 분산시킨다. 이 구조는 지진이나 지반의 미세한 변화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큰 지진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첨성대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경험과 계산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내부에서 바깥으로 돌출된 길다란 돌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돌들은 원통형 구조를 단단히 잡아주는 동시에 내부에서 사람이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사다리를 걸치는 받침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돌에 여러 기능을 부여한 이러한 설계는 신라인들의 실용적 사고와 뛰어난 공간 감각을 잘 보여준다.

지금도 말을 걸어오는 신라인의 생각

  첨성대는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라 신라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을 전해주는 상징적인 유산이다. 하늘을 관찰하는 행위는 곧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려는 시도였고 인간은 그 질서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첨성대는 자연을 정복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고 순응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첨성대에 담긴 상징성 또한 주목할 만하다. 원통부를 이루는 단의 수와 사용된 돌의 개수에 대해 전해지는 해석은 신라인들이 숫자와 시간 그리고 우주의 질서를 긴밀하게 연결해 생각했음을 보여준다. 시간의 흐름과 왕권 그리고 하늘의 질서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사고방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첨성대는 더 이상 천문 관측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긴 시간을 바라보며 선택하고 있는지 자연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1300여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하늘을 바라본 첨성대는 변하지 않는 가치의 중요함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경주 첨성대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유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신라인의 과학과 철학 그리고 시간을 담은 시선으로 하늘을 향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