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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브레아 오렌지 전쟁 축제

by 다시커리어맘 2026. 1. 11.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이브레아에서는 매년 수만 개의 오렌지가 거리 위를 날아다닌다.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오렌지를 던지며 전쟁처럼 싸운다. 이 기묘한 풍경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과거의 폭력과 저항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지금부터 이탈리아 이브레아 오렌지 전쟁 축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이브레아 오렌지 전쟁 축제
이탈리아 이브레아 오렌지 전쟁 축제

 

폭력을 놀이로 바꾸는 도시의 기억 방식

 

이브레아 오렌지 전쟁 축제의 기원은 단순한 민속놀이가 아니라, 중세 도시가 겪었던 집단적 폭력의 기억에 닿아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이브레아는 영주의 폭정 아래 놓여 있었다. 과도한 세금과 신체적 억압은 시민들의 일상을 잠식했고, 그 분노는 쉽게 표출될 수 없는 상태로 축적돼 갔다. 결정적인 계기는 한 젊은 여성이 영주의 부당한 요구에 저항한 사건이었다. 개인의 저항은 곧 도시 전체의 봉기로 번졌고, 시민들은 단결해 권력을 무너뜨렸다고 전해진다. 오렌지 전쟁은 바로 이 기억을 현재로 불러오는 상징적 장치다.

이 축제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오렌지를 던지는 행위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돌과 무기, 분노와 폭력을 오늘날의 언어로 번역한 결과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폭력이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칼과 몽둥이는 사라지고, 대신 부드럽고 일상적인 과일이 선택된다. 오렌지는 상처를 남기지 않지만, 던지는 행위 자체는 충돌과 대립의 감각을 충분히 전달한다. 이는 폭력을 미화하거나 잊어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위험성을 제거한 채 기억을 유지하는 선택이다.

놀이로 전환된 폭력은 감정의 배출구가 된다. 사람들은 오렌지를 던지고 맞으며 웃지만, 그 웃음은 가볍기만 한 것이 아니다. 몸을 움직이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억눌렸던 공격성, 분노,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동시에 참가자들은 이 행위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축제는 단순한 유희를 넘어선다. 역사는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몸의 기억으로 전해진다. 오렌지를 맞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가진 도시의 일부인지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브레아는 폭력을 삭제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형태로 바꿔 오늘까지 이어온다.

 

규칙 속에서 허용되는 폭력의 의미

 

오렌지 전쟁 축제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종종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서로를 향해 물건을 던지고, 함성과 웃음이 뒤섞인 풍경은 무질서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축제는 매우 정교한 규칙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참가자들은 반드시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하고, 전투가 허용된 구역과 시간이 명확히 정해져 있다. 관람객과 참가자의 경계 또한 엄격히 구분된다. 이 모든 장치는 폭력이 통제된 상태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사회가 폭력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은유처럼 보인다. 폭력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도,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해답이 되지 못한다. 이브레아의 선택은 그 중간 지점이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만, 모두가 동의한 방식으로 폭력을 표현하는 것. 이는 폭력을 억누르기보다는, 관리하고 의식화하는 접근이다. 공동체는 이 과정을 통해 “어디까지가 허용되는가”라는 질문에 집단적으로 답한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묘한 감정을 경험한다. 오렌지를 던지는 순간 공격성이 분출되지만, 동시에 안전하다는 확신이 존재한다. 상대방 역시 같은 규칙 안에 있으며, 이 싸움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적인 감정은 해방감을 낳는다. 일상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축제라는 틀 안에서 잠시 허용된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오렌지 전쟁이 끝난 뒤의 도시는 더 차분해진다.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무시되거나 억압되지 않고 ‘다뤄진’ 상태가 된다. 이 축제는 말없이 말한다. 폭력은 사라지지 않지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안정은 달라질 수 있다고.

 

역사·계급·저항이 축제에 남아 있는 이유

 

이브레아 오렌지 전쟁 축제가 단순한 관광 이벤트로 소비되지 않는 이유는, 이 축제가 여전히 지역 사회의 정체성과 깊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작위로 모인 군중이 아니다. 각자는 특정 팀에 소속되어 있으며, 이 팀들은 과거의 계급과 역할을 상징한다. 누군가는 시민군을, 누군가는 지배 계층을 상징하는 위치에 선다. 이 역할 분담은 놀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역사적 맥락이 살아 있다.

이러한 역할극은 역사를 현재로 끌어오는 강력한 장치다. 사람들은 조상이 겪었던 억압과 저항을 머리로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몸으로 재현한다. 오렌지를 던지고 맞으며 느끼는 긴장과 흥분은 과거의 감정을 완전히 동일하게 재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에 가까운 감각을 제공한다. 그 결과 역사는 먼 과거가 아니라, 반복해서 경험되는 이야기로 남는다.

이 축제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거의 폭력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그것을 잊는 것이 치유일까, 아니면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일까. 이브레아는 그 둘 사이의 길을 선택한다. 폭력을 놀이로 바꾸되, 그 의미는 희석하지 않는다. 웃음과 충돌 속에서도, 저항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렌지가 모두 던져지고, 거리가 다시 정리된 뒤에도 이 질문은 남는다. 이 축제는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매년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바로 그 반복 속에서, 이브레아라는 도시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살아간다.